4차원 문명세계의 메시지 1권 308~314페이지
우주에 대한 그리움이 상사병처럼 깊어지고 있을 때 보이지 않는 목소리는 홀연히 사라지고 말았다. 보이지 않는 목소리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것은 벌써 1년이나 되었고, 가금씩 나타나던 투명한 빛의 물체도 더 이상 눈에 띠지 않았다.
그때부터 삶의 공허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텅 빈 가슴에 우주를 품는 희망이 아니었더라면 차라리 삶까지 포기하고 말았으리라.
그 어려운 시절 고향을 등지고 무작정 집을 나와 입산하여 마음공부나 할 목적으로 마땅한 은신처가 되어 줄 사찰을 물색하고 다녔다. 어디서도 쉽게 반겨 줄 은신처는 나타나지 않았다. 무일푼으로 두 다리에만 의지하다 보니 끝내 악산으로 소문난 깊은 산중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다 어두운 밤을 맞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두운 밤중이라 사냥꾼들이 사냥을 하기 위해 기거하던 비어있는 음막같은 초막에 무작정 찾아들어 낮에 캐어 왔던 풀뿌리와 나무 열매들을 씹으며 하루저녁을 숙식키로 했다. 소문에 의하면 그 악산의 밀림에는 사나운 동물들이 가끔씩 출몰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함부로 드나들기에는 위험한 장소라고 알려져 있었다.
무섭고 두려웠지만 밤중에 오갈데 없는 신세가 되었다.
우선 뱃속의 허기부터 달래려고 독초 풀뿌리가 섞여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비상식량으로 모아 두었던 풀뿌리들과 나무 열매를 꺼내어 씹기 시작했다.
배고픈 기분에 정신없이 먹긴 했지만 잠시 후부터는 뱃속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칼로 위장을 도려내는 듯한 통증이 밀려오고, 온몸은 점점 움직일 수도 없이 뻣뻣하게 굳어지기 시작했고, 끝내는 정신을 잃고 기절하고 말았다.
그 길고 긴 악몽의 시간이 얼마나 계속되었는지는 분간할 수 없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기적처럼 느껴지는 평화로운 기분이 온몸에 퍼지고 있었다. 그 평화로운 기분과 함께 차츰 의식이 회복되면서 겨우 눈을 뜨고 주변을 살피다가 놀라운 현상을 목격했다. 몸조차 가늠할 수 없이 축 늘어져 있는 내 몸은 마치 공중부양이라도 하듯 투명한 빛에 이끌려 저절로 하늘을 향해 올라가고 있었던 것이다. 누군가 시체가 하늘로 둥둥 떠다니는 모습을 바라보았더라면 기절초풍했을 것이다.
내 몸이 공중에 떠서 돔처럼 생긴 물체 가까이로 다가가자 저절로 문이 열리며 미끄러지듯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때 선하고 어진 모습의 남자가 소중하게 나를 받아 편안한 자리에 뉘어 주었다. 190Cm 정도의 큰 키의 남자였고, 피부는 곱고 늘씬해 보였으며 금발의 긴 머리를 기르고 있었다.
착용한 복장은 투명한 빛의 하얀 천으로 만들어진 통옷에 허리에는 금속성 벨트를 착용하고 있었다. 선량한 표정 때문인지 자신도 모르게 그 남자에게 호감이 갔고, 당장이라도 품에 안겨 어리광을 떨고 싶은 친밀감이 들었다.
낯선 남자는 콩알만큼 작은 알약을 내 입에 넣어 주고 향기로운 음료수 한 잔을 수정 같은 컵에 따라서 마시게 했다. 그러자 박하 향 같은 화~한 기운이 온 몸으로 퍼져갔고, 몸에서는 알 수 없는 힘이 강하게 발생하기 시작했다. 통증도 깨끗이 사라지기 시작했고, 불편하던 속도 편해졌으며, 몽롱하던 정신이 개운하게 가라앉기 시작했다.
"이제 정신이 드느냐? 하마트면 큰일 날 뻔했구나. 어쩌다 그렇게 지혜롭지 못한 행동을 했는지 모르겠다. 사람을 살리는 약초를 연구하면서 독초를 몰라서야 되겠느냐? 독초를 씹고도 살아난 것은 구사일생이요, 천우신조라 생각하여라."
낯선 남자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말을 하였다. (다음호에 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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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정화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