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 샤워하는 것은 현대인들에게 당연한 일상이 되고 있다. 퇴근 후, 도심 속 미세먼지와 매연, 땀으로 얼룩진 몸을 씻고 나면 기분도 상쾌해지고 몸도 가벼워진다. 만약 하루라도 샤워를 못 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굉장히 찝찝하고 불쾌할 것이다.
몸이 더러워지는 것은 우리가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때가 끼거나 흙먼지가 묻으면 눈으로 확인할 수 있고, 안 좋은 냄새가 나면 후각을 통해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마음이 더러워지는 것을 알아차리기란 쉽지 않다. 마음은 눈에 보이는 것도, 냄새가 나는 것도 아니다 보니, 내 마음을 자세히 관찰하지 않는 이상은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마음도 몸처럼 매일매일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고, 때로는 오물에 의해 더럽혀지기도 하고, 그로 인해 심한 악취가 나기도 한다는 것이다.
혼잡한 도로 위에서 울리는 시끄러운 자동차 경적, 주변 사람들의 짜증 섞인 목소리, 직장과 학교에서 받는 스트레스, 온라인상에서 접하는 거칠고 음흉한 글과 영상, 남들 모르게 혼자서 하는 나쁜 생각과 언행 등, 이 모든 것들이 매일 우리의 마음을 더럽히는 요인들이다.
마음도 샤워가 필요하다. 오랜 기간 마음을 돌보지 않아 수북이 쌓여있는 먼지와 얼룩을 깨끗이 씻어내야 한다. 세신(洗身)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세심(洗心)에도 신경을 쓸 차례다. 마음을 더럽혀진 채로 계속 방치하면 고약한 냄새가 풍기고, 고약한 냄새가 풍기는 곳에는 벌레들이 꼬이게 된다. 그러면 내 마음은 알 수 없는 짜증과 분노와 온갖 부정적인 생각들로 가득 차고, 내가 그리던 삶의 모습과는 점점 멀어지며 괴로워진다. 그리고 다른 사람은 내 마음에서 나는 악취를 맡고는 가까이 다가오려 하지 않고, 경계하고 기피하게 된다. 몸이 더러운 사람과 가까이 붙어있지 않으려는 현상과 다르지 않다.
이렇게 마음이 더러워지면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점점 힘들어진다. 때로는 인생을 고통의 연속이라는 말로 표현하기도 하지만,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굳이 힘든 길을 고집하며 걸어야 할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매일 ‘마음 샤워’만 잘해줘도 우리는 정신적으로 훨씬 평화롭고 윤택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마음을 씻기 위해서는 뭔가 대단한 일을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설사 오늘 하루 아무것도 하지 않았더라도, 하루를 살아낸 자기 자신에게 수고와 위로의 말을 한번 건네보는 것이다. 아니면 잠깐이라도 눈을 감고 행복한 상상을 하거나, 마음을 차분하게 안정시킬 수 있는 음악을 듣거나 영상을 보는 것도 좋다. 또, 하루를 돌아보며 잘못했거나 부족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반성하고, 다음번에는 반드시 더 잘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떠올리거나, 잘한 부분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칭찬하는 것도 마음을 씻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내 마음을 살피는 잠깐의 시간, 약간의 노력,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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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철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