닿자마자 붉게 물들었다

뇌세포 침투하는 코로나 바이러스

▲ 박쥐 뇌세포에 침투하는 코로나 바이러스./Fabian J. Weston

물방울인지, 눈덩이인지 온통 회색으로 보이는 곳에서 붉은 얼룩이 보인다. 회색 물방울이 얼룩과 닿는 순간 요동치는가 싶더니 주변까지 붉게 물든다. 바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세포로 감염되는 순간이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22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스퇴르 연구소 과학자들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박쥐의 뇌세포로 감염되는 순간을 포착해 ‘니콘 스몰월드 2021’에서 가작을 수상했다”고 소개했다. 카메라 제조 기업 니콘은 매년 현미경 사진전 니콘 스몰월드를 개최하는데 이번 영상은 동영상 부문 수상작이다.


◇뇌세포 침투 후 주변 세포까지 융합
바이러스는 혼자 힘으로는 증식하지 못하고 반드시 숙주 세포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숙주 세포에 침투한 바이러스는 자신의 유전자와 숙주의 단백질 합성 기구를 이용해 돌기와 껍질 등 여러 부속품물을 합성한 다음 레고 블록을 쌓듯 조립한다. 바이러스는 수가 늘어나면 숙주 세포를 터뜨리고 밖으로 나온다. 이 과정에서 숙주 세포는 죽고 해당 조직이나 장기가 큰 피해를 입는다.

파스퇴르 연구소 과학자들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박쥐의 신경세포에 결합하고 침투하는 과정을 포착했다. 영상에서 회색 물방울처럼 보이는 것이 박쥐의 뇌세포이고 붉은색이 코로나 바이러스이다. 소피-마리 아이허 연구원과 델핀 플라나스 연구원은 이틀 동안 10분 간격으로 코로나 바이러스를 촬영했다. 박쥐는 사람과 같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다. 과학자들은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는 박쥐에서 유래해 다른 동물을 거쳐 사람에게 퍼졌다고 본다. 다만 박쥐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병에 걸리지는 않는다.

파스퇴르 연구진은 이번 영상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체 면역반응을 회피하는 능력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바이러스는 숙주 세포가 면역체계에 경고를 보내지 못하게 해서 면역세포의 공격을 피한다. 이와 함께 감염된 세포가 다른 세포와 융합체를 만들게 해 정상 세포로 위장한다. 이번 영상은 바이러스가 뇌세포에 침투하자 주변 뇌세포까지 융합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이허 연구원은 “이번 영상이 바이러스의 수수께끼를 푸는 데 도움을 주고 수십억 명을 위태롭게 만든 바이러스를 이해하기 쉽게 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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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선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