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생인류 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의 혼혈

▲ 출처: Science, Vol 328, Issue 5979 07 May 2010.


2010년 5월,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의 스반테 페보(Svante Pääbo) 박사 연구진은 세계적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The Neandertal Genome’이란 제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들은 네안데르탈인과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인을 제외한 유라시아인들 사이에 교배가 있었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30억 개 이상의 염기쌍을 분석할 결과, 현생 인류 호모사피엔스의 몸속에는 네안데르탈인의 DNA가 약 1~4% 정도 남아있다는 것이었다.

2000년대 초 까지만 하더라도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는 서로 다른 종이라는 학설이 주를 이뤘고, 혼혈이 있을 것이라는 부분에 관해서도 회의적인 시선이 많았다. 하지만 이 연구를 통해 사람들의 인식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와 관련된 연구가 계속 이어졌다.

2011년 7월, 몬트리올 대학의 다미안 라부다(Damian Labuda) 교수와 추 셍트 저스틴(CHU Sainte-Justine) 연구 센터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아프리카인을 제외한 현생 인류의 X 염색체 중 일부는 네안데르탈인에서 발원된다고 발표했으며, 라부다 박사는 이것은 두 집단이 서로 교배했다는 최근의 연구 결과를 확인시켜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리고 올해 1월에는 미국 프린스턴 대학 연구팀이 국제 학술지 셀(Cell)에 아프리카인 역시도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대뇌가 발달하지 않아 짐승과 다를 바 없는 삶을 영위했던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현생인류 호모 사피엔스에게도 존재한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지닐까?

현재 네안데르탈인에게서 물려받은 유전자가 당뇨병 발병 위험을 증가시키고, 코로나19 중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러면 육체적인 현상 외에 인간의 심리적인 부분에 미치는 영향은 없는 것일까? ‘지혜로운 사람’인 호모 사피엔스에게서 나타나는 비이성적이고 충동적인 의식은 과연 호모 사피엔스 본래의 특성일까, 그것이 아니라면 네안데르탈인으로부터 유전된 무의식의 산물이라고 볼 수는 없을까? 앞으로의 많은 연구가 이에 대한 답을 들려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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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철우 기자 다른기사보기